"불법 체류자 아닌데 벌금만 400만원" 비자 단속에 식당 주인들 울상

식당 업주들 "법도 안 알리고 단속에만 몰두"...출입국관리소 "홍보 활동 인력 턱없이 부족"

지난 5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수원시 한 식당에 출입국관리소 단속반 직원 7명이 들이닥쳤다.

단속반원들은 식당 후문을 막아선 채 식당 종업원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비자 검사를 시작했다.

"이분은 사무직 비자인데요, 식당에서 일하시는 건 불법입니다."

단속반원은 식당 종업원 10명 중 관광 비자로 들어온 A(45)를 적발해 추방했다. 사무직 비자로 들어온 B(34)씨에겐 벌금 100만 원이 부과됐다.

출입국관리소측은 사장 이모(68)씨에게도 불법 고용의 책임을 물어 각각 200만 원씩 모두 벌금 400만 원을 부과했다.

사장 이 씨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것도 아닌데 비자 종류가 달라 벌금을 물었던 경우는 처음"이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내가 식당 장사만 30년을 넘게 했는데 비자 종류에 맞게 고용해야 한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인력사무실에서 소개를 받아 종업원들을 고용한 것뿐인데 당황스럽습니다."

이 씨는 "정부가 사전에 이런 비자는 고용하면 안 된다고 홍보만 해 줘도 절대 사람을 쓸 일은 없었다"며 "정부가 홍보 활동은 안 하고 단속에만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중국 동포 등의 불법 취업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식당 업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업주들은 "식당에서 고용해도 되는 중국동포 비자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단속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중국동포와 고려인에게 적용되는 재외동포비자(F-4)는 방문취업비자(H-2)와 달리 식당이나 제조업 등 단순 노무 직종에서는 일할 수 없다.

F4 비자를 가진 중국 동포가 식당 종업원으로 취업할 경우 당사자와 업주 모두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본 식당 업주들은 이같은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중국 동포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업주 김모(56)씨는 "중국 동포 3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비자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한국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에서 직원을 적발해 데려간다면 장사 못 한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박모(60)씨는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벌금을 수백만원까지 내야 한다니 정부가 미리미리 비자 종류에 대해 홍보를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는 출입국관리소 측은 홍보 활동을 벌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수원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경기 남부 11개 시군 내 제조업과 요식업장에 대해 비자에 관한 홍보·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2인 1조로 모두 6명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 출입국관리소가 지난해부터 계도 활동을 통해 방문한 업체는 모두 1천 100여개. 올해는 1천 400개 업체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외식업중앙회에 가입돼 있는 경기도 내 요식업체가 7만개인 점을 감안할 때 6명의 인원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출입국관리소측이 홍보 활동보다는 단속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매주 홍보 활동을 나가고는 있지만 홍보에 투입되는 인력 상황이 굉장히 열악하다"며 "실제로 현장에 나가면 고용할 수 있는 비자에 대해 고용주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비자 홍보를 할 때 식당 영업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하지만 문전 박대 당하기도 일쑤"라며 "올해부터는 식당 연합회 등 단체 강의를 열어 홍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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